나무들도 살고 싶다/이상국
숲속에서 위이잉위이잉 소리가 들린다
휘발유를 먹은 톱날들이
나무들의 생을 파먹으며
즐거워하는 소리다
어디선가 우지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야 걸렸잖아 하는
벌목꾼들의 고함이 톱밥처럼 싱싱하다
저들은 공공근로자들이다
아이멤에프 세상에서 솎여나온 사람들이
산에서 나무를 솎는데
숲속에 천막을 치고
노래하며 작업을 한다
나무들은 산을 떠날 아무런 준비도 안돼 있는데
사람들을 위하여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이다
나무들도 살고 싶다
그러나 누군가 늘 솎여나가지 않으면
산이 너무 무거워 진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그들은 조용히 몸을 내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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