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김남조
아슴한 어느 옛날
겁을 달리하는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알뜰한 내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아비의 한 개 피 묻은 늑골에서
백년해로의 지어미를 빚으셨다는
성서의 신의 이야기를 실상
너와 나의 옛사연이나 아니었을까
풋풋하고 건강한 원시의 숲
찬연한 원색의 칠범벅 속에서
아침 햇살마냥 피어나던
우리들 사랑이나 아니었을까
불러 불러도 아쉬움은 남느니
나날이 새로 샘솟는 그리움이랴...이는
그 날의 마음 그대로인지 모른다
빈 창 차가운 창가에
지금이사 너 없이 살아가는
나이건만
아슴한 어느 훗날에
가물거리는 보라빛 기류같이
곱고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다시금 남김 없는
내 사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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