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가죽/문인수
법원 앞 횡단보도 도색은 늘
새것처럼 엄연하다.흑.백.흑 백의 무뉘가
얼룩말 가죽,호피같다.이걸 깔고 앉으면 ,치외법권
산적 두목 같을까, 내 마음의 바닥도 때로 느닷없이
뿔처럼
함악한 수피가 되고 싶다.나는,
이 거대한 늑골 같은 데를 지날 때마다 법에
덜커덕 덜커덕 걸리는 느낌이다
인간이 참 제풀에 얼룩덜룩한 것 같다
저 할머니는 이제
법이란 법 다 졸업한 '무법자' 일까
신호등 빨간 불빛 따위 아랑곳 없이
무인지경의 횡단보도에 들어선다
강 건너듯 골똘하게 6차선 도로를
횡단해 간다.흑,백,흑,백
생사의 숱한 기호가 이제
침침하게 미끄럽게 거의 다 지워져
정지선 앞에 선 사람들도 어떤 운전자도 그만
씨익 웃는다. 어려 보이는 한 교통순경이 냉큼
쫓아가 할머니를 부축해 정성껏 마저 건너 간다.
덜컹거리는 법 감정이, 시꺼먼 길
바닥이 문득 흰 젖 먹은 듯 고요히
풍금처럼 흐르는 저,모법(母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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