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호수/문병란

능선 정동윤 2011. 9. 28. 17:16

호수/문병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득임 사이에서

더욱 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 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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