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장석주
아주 깊이 아파본 사람처럼
바닷물은 과묵하다
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다
현무암보다 오래된 물의 육체를 물고 늘어지는
저 땡볕을 보아라
바다가 말없이 품고 있던 것을
토해낸다.
햇빛이 키우는 것은 단 하나다
한 방울의 물마저 탈수시킨 끝에 생긴
저 단단한 물의 흰 뼈들
저 벌판에 낭자한 물의 흰 피들
저것은 하얗게 익힌 물의 석류다
염전에서 익어가는 흰 소금을 보며
고백한다,증오가
사랑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었음을
나는 여기 얼마나 오래 고여
상상의 날들을 견디고 있었던 것일까
아주 오래 깊이 아파본 사람이
염전 옆을 천천히 지나간다
어쩌면 그는 증오보다 사랑을 키워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소/최두석 (0) | 2011.09.28 |
---|---|
가을 저녁/이동순 (0) | 2011.09.28 |
소나기 같이,이제는 가랑비 같이/서정윤 (0) | 2011.09.28 |
가까이 가까이/이준관 (0) | 2011.09.28 |
헐거워짐에 대하여/박상천 (0) | 2011.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