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빈 들/김창완

능선 정동윤 2011. 9. 30. 22:40

빈 들/김창완

 

 

그대의 큰 손이 떨리는 걸 본다

가진 것 다 빼앗겨버린

그대의 알몸에 내린 서리를

몸져 누운 그대를 본다

떠도는 몇 낱의 검부러기와

뒷짐지고 마을로 돌아가는 농부의 뒷모습을

달구지 자국에 언 살얼음을 본다

하늘 아래 아무것도 두지 않은 그 뜻을

그대여 누가 묻거든 그저 잠잠하라

남루마저 벗어던진 사랑으로 이해하라

거대한 그림자 데리고 뒤덮어 오는

그대 목소리 떨림을 보나니

스스로 일어설 때까지 기다리게 하라

아직도 거기,하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풀이름 하나하나 기억하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