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집/박미산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
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
지난 계절보다 쇄골뼈가 툭 불거졌네요
어느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
칠만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몸 속에 살갑게 뿌리 내렸지요, 당신은
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고
푸른 송진 냄새
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
눅눅한 시간이 마루에 쌓여 있어요
웃자란 바람이,안개가,구름이
허물어진 담장과 내 몸을 골라 밟네요
하얀 달이 자라는 언덕에서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화덕에 불씨를 다시 묻어놓고
단단하게 잠근 쇠빗장부터 열 겁니다
나와 누워자던 솔향기 가득한
한 시절,당신
그립지 않은가요?
'신춘문예 당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운 바람을 신으로 모신 자들의 경전/이은규 2008/동아일보 (0) | 2011.10.04 |
---|---|
가벼운 산/이선애 2008/서울신문 (0) | 2011.10.04 |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유희경 2008/조선일보 (0) | 2011.10.04 |
창고 대 개방/방수진 2008/중앙일보 (0) | 2011.10.04 |
하모니카 부는 오빠/문정 2008/문화일보 (0) | 2011.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