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황사/정영효
이 모래먼지는 타클라마칸의 깊은 내지에서 흘러왔을 것이다
황사가 자욱하게 내린 골목을 걷다 느낀 사막의 질감
나는 가파른 사구를 오른 낙타의 고단한 입술과
구름의 부피를 재는 순례자의 눈빛을 생각한다
사막에서 바깥은 오로지 인간의 내면 뿐이다
지평선이 하늘을 맞닿은 경계로 방향을 다스리며
죽은 이의 영혼도 보내지 않는다는 타클라마칸
순례란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는 것이므로
끝을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배경마저 짐이 되었으리라
순간, 잠들어가는 육신을 더듬으며
연기처럼 일어섰을 먼지들은
초원에 펼쳐져 있는 그들의 꿈에 제를 올리고 이곳으로 왔다
피부에 적막하게 닿는 황사는
사막의 영혼이 타고 남은 재인지
태양이 지난 간 하늘에 무덤처럼 달이 떠오르고 있다
어스름을 부식하는 지붕을 쓰고 잠든 내 창에도
그들의 꿈이 뿌려졌을 텐데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에서 늘
나는 앞을 쫒지만 뒤를 버리지 못했다
멀리 낙타의 종소리가 들리고
황사를 입은 저녁이 내게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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