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작

모른다고 하였다/권지현 2010./세계일보

능선 정동윤 2011. 10. 5. 15:52

모른다고 하였다/권지현

 

 

우루무치행 비행기가 연착되었다

북경 공항 로비에서 삼백삼십 명의 여행자들은

여섯 시간째 발이 묶인 채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현지 여행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행 가방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떠들어대다가 서로 담배를 권했다

담배를 피워올리건 말건

나는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비행기는 언제 올지 오지 않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연착한다는 안내표시등 한 줄 뜨지 않았다

사람들은 연신 줄담배 피우고

나는 로비를 몇 바퀴나 돌고

하릴없이 아이스크림이나 핥다가

마침내는 쪼그리고 앉아 지루하게 졸았다

항의하는 나를 마주한 공항 여직원

가슴께에 걸린 얼굴 사진이 흐릿하게 지워져 있어

내가 가야 할 길 조차 희미하게 보였다

 

비행기는 오지 않고

결리는 허리뼈를 아주 잊을 때까지 오지 않고

우루무치행 비행기는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