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터가이스트/성은주
하늘은 별을 출산해 놓고 천.천.히 잠드네
둥근 시간을 돌아 나에게 손님이 찾아왔어 동구처럼 서 있다가
숨 찾아 우주를 떠돌던 시선은 나를 더듬기 시작하네 씽끗, 웃다
달아나 종이 인형과 가볍게 탭댄스를 추지
그들은 의자며 침대 매트리스를 옮기고 가끔, 열쇠를 집어 삼켜 버
리지 그럴 때마다 나는 침대 밑에서 울곤 해 스스로 문이 열리거나
노크 소리가 들릴 때 화장실 문은 물큰물큰 삐걱대며 겁을 주기도
해 과대망상은 공중으로 나를 번쩍 들어올리지 끊임없이 눈앞에서
주변이 사라졌다 나타나고 조였다 풀어져
골치 아픈 그들의 소행에 시달리다 못해 어느 날, 광대를 찾아갔지
광대는 자신의 두꺼운 화장에 사육 당하고 있으며
웃어야 할 시간에 울고 있었어
천장을 훓어 오르기 위해 어둠 속에서 그들은 그림자를 흔들고 있어
자연스럽게 때론 엉성하게
그러다가 접시가 입을 쩌억 벌렸어
누워있던 골목들 일제히 제 넋을 출렁였지
붙어 있던 그들은 홀가분하게 나를 떠났어
온갖 소동 부리고 떠난 자리,
무성한 음모만 시끄럽게 남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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