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덕산회 도봉산으로 가다

능선 정동윤 2012. 1. 16. 10:48

 

 

2012년을 여는 덕산회 첫 산행

도톨이 산행의 거점인 도봉산이다

도봉산과 북한산은

서울의 양 어깨처럼 힘이 잔뜩 들어간 화강암을 자랑한다.

 

잊혀져가는 포돌이 광장 끝의 정자아래 20여명이 모여

다투어 연회비를 내고 오늘 산행회비를 낸다.

행사 한번 치루려면 이것저것 돈 쓸 일이 많은데

자발적으로 연회비를 내어주니 총무 정선이는 고맙기만 하다

 

9시 45분경 우측 둘레길이라 최근 이름 부친 방향으로 출발하여

다락능선으로 올랐다 자운봉 지나 일부는 마당바위 방향, 일부는

산악구조대 방향으로 하산하여 2시 반쯤 음식점 섬진강에 모두 도착했다.

 

조갈증 탓인가

최근 들어 입 속이 자주 마른다.

핏 속의 포도당이 에너지화 되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통에

내 피는 달콤하고 진하단다.

맨 바위를 등산화만 믿고 그냥 올라보면 예전 같지 않게 자주 흔들린다.

현기증처럼 순간적으로 휘청하기도 하고 한동안 먹먹해지기도 한다.

산에 올 때마다 상당히 집중하지만 조심스럽다.

 

겨울답지 않는 포근한 날씨 덕에 배낭의 무게는 줄였지만

메마른 겨울 산의 나무들과 바싹 마른 나뭇잎이 왠지 날카롭다

누군가 불씨 한 개만 던져주면 주저하지 않고 꿀꺽 삼키며

온 산을 화염으로 휘저어 버릴 것 같은 긴장감마저 도는 듯하다.

바지단에 착착 들러붙는 흙먼지들도 생명을 지닌 풀씨처럼

새로운 곳으로 옮겨 가고픈 심정인지 떨어질 줄 모른다.

눈이 좀 내렸으면, 비라도 좀 내렸으면 좋겠다.

 

동열이의 걸쭉한 입담도 좁은 산길 탓인지 메아리가 줄어들고

대오는 길게 늘어지며 잘 이어지지 않는다.

앞에는 수현이와 동열이가 가고 도토리 회장 현득이는 맨 뒤를 받치고

나는 중간중간에 끊어진 대오를 이어가지만 자주 끊긴다.

 

동우의 유며 한토막

대학 교수가 고추를 조물락거리는 다섯 살 아이한테 물었다

“지금 만지고 있는 그것이 뭔지 아니?“

“내 꺼는 잠지고요, 형 꺼는 자지고요, 아버지 꺼는 좃이요.

좃도 모르는 것이 대학 교수라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산불을 감시하는 국립공원 요원들의 눈길 의식하며

배낭을 풀고 몇 순배 술이 돌았다. 알콜이 돌고 혀끝이 말랑말랑 해져야

웃음도 커지고 기분도 솟구치는데 술 끊은 나는 영 맹숭맹숭하기만 하다

겨울산은 까칠하고 마른 침 삼키는 입속으로 연신 물만 삼킨다.

그래도 머지않아 봄이 온다는 사실,

한번은 지독하게 눈이 내릴 거라는 예감,

마른 산길을 적셔주고

이미 죽어버린 나뭇잎에도 아낌없이 물을 뿌려지고

눈도 쌓이고 또 얼고 녹으면

봄볕이 소리 없이 찾아와 나무뿌리를 흔들어 깨울 거라는 섭리,

상습 정체지역은 계단을 만들어 흐름을 원할하게 하고

가파른 바윗길에도 난간을 만들어 위험을 줄이듯이

내 핏줄을 타고 도는 혈액도 끈적거리지 않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맑고 깨끗하게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뒷풀이 섬진강에는 (박)길서와 광수가 와 있었다

나는 술을 마시는 대신 이야기만 홀짝홀짝 마셨다

 

2차는 도톨이 회장 현득이가 한 방 쏜다며 총을 들고 나섰고

나는 총소리도 듣지 못하고 줄행낭....

 

2월에는 서울을 떠나자

싱싱한 강원도 공기 마시러 선자령으로 가 보자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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