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물방울 하나가/정동윤
"불함산 솟아나는 문화의 샘이... "
덕수, 불함산, 문화를 잇는 끈은 무엇일까?
청계천 옹달샘 떠나
먼바다로 흐르는 동안
도시의 구정물에 젖기도 하고
강변의 갈대숲 맴돌면서
찬 바람 껴안고 부대끼다
어느새 큰 물결이 되었구나.
돌아보면 자갈길, 모랫길,
때론 갯벌에 빠져
막막한 날도 없지 않았지만
마흔 구비 숨 가쁘게 흘러와
은물결 반짝이며
이제야 짐 부리고 쉬는구나.
바다에 이르러
하얀 소금이 되기 전에
꼭 보아야 할 풍경이,
걷어내야 할 거품이 남아 있어
설레며 아침 해를 기다리다
새벽잠 못 이루지 않았는가?
눈높이를 낮추어
흘러가야 할 우리의 남은 여정은
이기고 져야 하는 연장전이 아니라,
노을이 두려워 숨어버린 친구도 불러
저녁 햇살 눈 부셔하며
손 흔들고 떠나는 물결이 되자.
가끔은 일상의 급류에서 비켜나
주말 오후의 여유로운 기분으로
데모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비눗방울같이 해맑았던
우리들 유년의 옥수수 빵도 추억해 보자.
주먹 쥐고 합창하여도 닿기 어려운
교가 속의 문화, 먼 불함산 대신에
맘먹으면 달려가 만날 수 있는
바윗길이 살가운 북한산 찾아
솟아나는 문화의 샘 흠뻑 마셔보자.
우리가 공유한 이력서의 단 한 줄
그 그리움에 몸이 달아
한걸음에 달려온 친구야,
네 얼굴에도
"긴 세월 꽃이 피고 여름"맺었구나,
반갑다 친구야, 작았던 물방울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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