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미소 /정동윤
100쪽이 채 되지 않는 책을 들고
한 단어, 한 구절
또박또박 읽어가다
그냥 슬슬 넘어가다
때론 숨 멈추며 하늘 한 번 쳐다보다
눈물 한 방울 떨구기도 한다.
한 장 또 한 장
어느새 60쪽 근처
그 사이 내 뼈는 가늘어지고 닳아
우유 멸치 자주 먹지만
뼛속은 점점 비어가니
언젠가 새처럼 가벼워지겠지.
속 빈 개나리 울타리 너머
고향의 들판
보리밭 솟구치는 종달새 그리워하며
포기하지 않고 읽고 또 읽어
얇은 책 마지막 넘기는 순간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 남기고는
훨훨 멀리 멀리 날아 가야지
골다공증에 허리 휘며
70평생 비우시다 떠나신 어머니
물 오르는 모과나무 가지 사이에
콩나물 껍질같은 낮달로 찾아 오신 봄날
책장 넘긴 봄의 첫소절엔
어머니의 미소, 봄 햇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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