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어머니의 미소

능선 정동윤 2012. 3. 22. 09:35

 

어머니의 미소 /정동윤

 

100쪽이 채 되지 않는 책을 들고

한 단어, 한 구절

또박또박 읽어가다

그냥 슬슬 넘어가다

때론 숨 멈추며 하늘 한 번 쳐다보다

눈물 한 방울 떨구기도 한다.

 

한 장 또 한 장

어느새 60쪽 근처

그 사이 내 뼈는 가늘어지고 닳아

우유 멸치 자주 먹지만

뼛속은 점점 비어가니

언젠가 새처럼 가벼워지겠지.

 

속 빈 개나리 울타리 너머

고향의 들판

보리밭 솟구치는 종달새 그리워하며

포기하지 않고 읽고 또 읽어

얇은 책 마지막 넘기는 순간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 남기고는

훨훨 멀리 멀리 날아 가야지

 

골다공증에 허리 휘며

70평생 비우시다 떠나신 어머니

물 오르는 모과나무 가지 사이에

콩나물 껍질같은 낮달로 찾아 오신 봄날  

책장 넘긴 봄의 첫소절엔

어머니의 미소, 봄 햇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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