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행사가 많은 달이다.근로자의날(5/1), 어린이날(5/5), 어버이날(5/8),
스승의날(5/15), 부부의 날(5/21), 그리고 5.18및 석가탄산일…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소풍 같은 만남을 계획한 동기회가 고맙다.
라일락의 연보라 향기는 흩어져 버리고 아카시 향이 그 자리를 이어 받은 이즈음에.
철쭉은 시들어 가고 야산에서는 팥배나무나 이팝나무가 무성하게 봄의 중심에 서 있다.
햄버거 하나와 음료수 하나로 소풍의 첫 설렘이 입을 통해 온몸으로 스며든다.
덥지도 춥지도 않는 계절, 평소 신사의 풍모를 지닌 재익이와 짝꿍이 되었다.
어젯밤 중국에서 오늘의 소풍에 맞추어 귀국한 근모가 나의 이빨에 시비를 건다
"재익아,동윤이 조심해라 이빨이 시끄럽다"
나는 양쪽 어금니의 아래 위와 앞니까지도 보철이 되어 일대일 이빨은 좀 센 편으로
노가리 수다에 가까운데, 일어서서 혼자 하는 공식 담화나 멘트에는 무척 약하다.
우리의 나이가 60 갑자로 돌아오는 회갑에 가까이 오니 실제 우리들의 모습도
다시 처음의 상태로 돌아오는 기분을 여기저기에서 느끼게 된다.
사회적 지위나 개인적 성취 등을 일부 마감하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앞둔 시점이 펼쳐져 있다.
나도 두번 째 삶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재익이와 나눈 이야기도 주로 이 범주다.
이쯤에서 근모의 멘트가 또 날아온다. 동윤이 한테 속지 말라고...
후후후, 재익이는 벌써 내 우물에 빠져부럿따.
재익이가 좋아하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사탕을 입에 물려 버렸다.
아침겸 점심 이런바 브런치는 순두부와 명태국을 차려 주었다. 방송반 활동을 했던
종호와 나란히 앉아 순두부와 명태국도 나란히 놓고 함께 나누어 먹었다.
평소 밥 한 끼 같이 먹기 어려운 친구들과 만남이 오늘 같은 모임의 장점이다
엄숙주의나 근엄과 긴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편안하게 한 그릇 뚝딱하였다.
멀리 계산대 근처에서 호연이가 바쁘다. 니도 밥 좀 묵고 해라,호여나.
왕총무 명수가 개인적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해 호연이와 근엽이가 더 바쁘다.
설악! 지리산이 어머니 같은 부드러운 산이라면 설악은 아버지 같이 힘이 있는 산이다.
북아등이 즐겨찾는 북한산 공기보다 2배는 상쾌하다. 두 시간 정도 걸어도 폐는 북한산에서
4시간 정도 맑은 공기를 마신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천불동 계곡으로 가는 계곡 트래킹엔 일곱명이 뭉쳐 있었다.
첨엔 9명 이었는데 재세가 산행을 힘들어 하자 태식이가 동행하여 오르기를 멈추고 뒤로
빠졌다. 새벽 3시에 오색을 출발하여 대청봉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사람들과 자주 마주쳤다.
저 대청봉까지 오르고 싶은 충동은 오후 3시의 약속 시간에 걸려 대롱대롱하다 계곡물에 떨어져 버린다.
이런 모임에 나올 수 있는 친구들은 보통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이 아닐까?
좀 더 독특한 생활을 하거나, 좀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거나, 다른 친구들보다 많은 것을
가진 친구들은 이런 보통의 모임에 잘 나오지 않는다. 보편적 삶의 지루함 때문일까?
나는 보편적인 삶을 살면서도 나름의 향기를 지닌 모습으로 살고 싶은데…
화려한 장미의 가시 같은 모습이나, 고고한 목련이 추하게 지는 모습보다 동백꽃처럼
겸손한 모습으로 하늘도 보지 않고 땅을 보며 피었다가 송이째 떨어져 지는 동백꽃의 모습을
평소부터 흠모해 왔다.
동창 모임에서는 주당파가 비주당파를 압도하는 현상이 대세다.
술 권하는 주당파의 몸짓. 손짓, 눈짓은 꽤 집요하다.
한때 주당파 대열에 섰던 나는 변절(?)하여 비주당파가 되었다.그래서 더 힘들다.
주당파의 전략중에 건배 제의가 있다. 수 많은 재미있는 건배사가 창조되고 조합되어 술을 마시게 한다
도처에서 위하여!를 들끓게 하는 시발점이 된다
다음으로 친밀도를 과시하는 감성전략, 너와 나 사이 이렇게 친밀한 간격을 유지 하기 위해서
내가 한 잔 따를 테니 너는 쭉 마시게, 요즘 보니 장식이가 주로 구사하는 전략이다.
다음은 골수 주당파들의 이동전략, 한 곳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평소 술 자리를 갖지 못한
친구들을 찾아가 오랫동안 자주 만나지 못함을 달래며 이런 기회에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오늘도 주당파의 세력 확장을 위한 많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버스에 타자 마자 햄버거와 음료수를 제공하며 슬쩍 밀어 넣는 캔맥주,
아점을 먹으면서 상위에 놓아 주는 막걸리,
산행과 온천욕으로 충분하게 뱃속을 비우게 한 뒤에 융단 폭격하는 소주와 맥주,
그럼에도 소주 석 잔으로 선방하며 비주류의 앙탈을 나는 부렸다.
오늘 모임의 목적이 모든 친구의 주당화로 동해의 파도를 넘어 우정을 다지자가 아닌가?
이런 경우엔 극주당파가 득세를 한다. 일부 강경세력이 모임을 주도한다.
우물무물 하는사이 중도 세력은 손쉽게 흡수되어 극주당파 세력의 지배하에 들어 간다.
이쯤되면 공공의 영역이나 주변의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고 주당파의 이기적 모습까지 연출된다.
마시고 취하라고 권하였으니 주최측도 대안없이 극주당파를 바라볼 분이다.
나중엔 노래와 춤으로 쾅쾅 울리며 선전선동한다.
잠시 열기를 식히려 속초항 방파제 위를 거닐어 보았다.
오월이라고 하지만 바람은 거셌고 너울은 꽤 높았다 속초 앞바다 파도를 바라보노라면
배호의 “파도”라는 노래를 진한 감정을 묻혀 부르던 영묵이가 생각난다.
저축은행 사태로 바쁘다고는 들었지만 속초의 추억을 공유한 친구들이 여기 많이 모였는데
함께 하지 못함이 아쉬웠다.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배호의 파도를 중얼거리며 한참 동안 바다냄새를 맡았다.
돌아오는 버스, 7070번 버스는 주당파의 선전선동이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7090번 버스는 다수의
중도 세력의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인빈이의 올드팝 파일만이 재생되었다고 들었다.
2만원 내고 세 끼의 식사와 무한 제공의 술, 설악 산행과 발가벗고 즐기는 온천욕,
보고싶었던 친구들과의 만남은 본전 뽑고도 이문이 굉장히 많이 난 기분이 들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서 잠시 얼굴만 보던 친구들을 하루종일 함께하게 되어 정말 즐거웠다.
언젠가 나도 주당파의 대열에 서서 가열차게 술을 축내는 그날까지 친구,모두들 건강해라.
장식이,호연이,근엽이, 공식 카메라맨 정선이,찬조 출연한 친구들께 무한 감사를 전한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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