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하철 산행
서울에서 전철로 갈 수 있는 산들을 찾아 등산해 보자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북아등의 시도는
첫 산행지로 소요산으로 정하고 북아등 까페에 공지 되었다.
특별한 산행의 공지가 올라오지 않으면 북한산에 오른다.
우리는 지하철 1호선 종로 3가역 9번칸의 위치에서 8시 반에 만났다.
종로 3가에서 소요산까지는 1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2. 산림욕 산행
소요산역에 도착하여 요석공원과 매표소까지의 긴 진입로를 피해서 룩셈부르크 참전 기념탑 뒤의
산림욕장으로 곧장 올라갔다. 동네 사람들이 일러준 길은 완만한 비탈의 걷기 쉬운 코스였다
잘 정비된 길을 올라가니 팔각정이 나타나고 하백운대까지 가는 안내판이 보였다.
하,중, 상 백운대를 거쳐 나한, 의상봉 지나면 하산점인 공주봉에 이르는 코스까지 긴 능선에는
폭 넓은 활엽수 잎이 산행 내내 짙은 그늘을 제공해 주었다.
지난해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한 서울대공원 뒷산 산림욕 코스를 크게 확대해 놓은 것처럼 많은
나무들이 우거졌다. 여름과 가을의 소요산 산행은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어 최적이라 여겨진다.
3. 칼 바위 능선의 노송들
청석처럼 소요산의 돌들은 모서리가 날카롭다.
처음은 납작한 잔돌들이 깔려 있다가 점점 날을 세우고 바위로 모습이 되어 공룡의 등처럼
울퉁불퉁 이어졌다. 큰 도끼의 날을 심어놓은 능선은 생각보다는 폭이 넓어서 걷기 수월하였다.
그러나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넘어지거나 엉덩방아를 찧으면 오랫동안 자리 보전해야 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곳의 칼 바위를 뚫고 솟아오른 우람한 소나무들은 날카로운 산길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역경을 딛고 일어선 표상처럼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힘을 북돋워 주었다.
4. 없는 것 찾지 말고 있는 것을 즐겨라
산행 중간중간에 이동식을 챙겨 먹었으나 자리를 펴고 편안하게 점심을 먹는 즐거운
쉼터를 고르기는 수월치 않았다. 물 좋고 정자 좋은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투여하였다. 드디어 선녀탕 하산 지점 근처에서 배낭을 풀었다.
바닥 난 에너지를 넉넉히 보충하고 나니 술이 생각나고, 음악을 찾게되고 싱싱한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더니
근엽이가 양주를 슬쩍 내놓고 천수는 ‘나미’의 특집을 꾸며 음악을 틀기 시작하였고
언묵이는 없는 것 찾지 말고 있는 것 맛있게 먹자고 하며 길게 들어 누웠다.
음악은 물결처럼 흘러가고 반짝이는 나뭇잎은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햇살을 막아 주었다.
초록으로 물든 산에서 우리는 초록에 파묻혀 긴 시간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5. 익숙한 길을 벗어 난 낯선 하산 길
공주봉 전망대의 많은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외진 장소를 골라 자리 잡고 산 아래를 굽어보니
동두천 시내와 크게 자리잡은 군부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앉은 김에 쉬어 가자.
주변엔 많은 담배 꽁초들이 흩어져 있었다.
근엽이와 천수는 절대로 담배 꽁초를 산에 버리지 않는다. 흠흠흠.
그리고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그 길로 하산을 시작하였다.하산의 각도를 약간 벌렸다.
짧게 잡았던 스틱도 길게 늘리고 본격 하산하였다.
자재암 쪽으로 내려와서 깊은 계곡에서 발이라도 씻어볼 요량이었는데 하산 각도의 차이로
길이 지워진 원각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게 되었다.
너덜지대와 밀림처럼 우거진 숲의 숨겨진 길을 조마조마하게 내려오니 찔레꽃이 지천으로
피어 머뭇거리는 우리들을 위로해 주었고 원각사 지붕이 보인 뒤에야 겨우 안심을 하였다.
넓은 뜰에 심어 진 나무의 수형을 멀리서 보고 의당 느티나무라 생각하였는데 벚나무라고
나이든 비구니가 알려 주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빨간 버찌들에 송이송이 달려 있었다.
잘 정비된 마을로 접어드니 나무수국이라고도 불리는 부처님 머리를 닮은 하얀 불두화가
많이 눈에 띄었고 장미꽃이 만개하여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소요산을 ‘ㄷ’자의 반대 모습으로 돌면서 산행을 마쳤다.
불광동에서 시작하여 탕춘대 능선으로 내려와서 약수터 쪽으로 오려다가 녹번동으로
빠져버린 경우처럼 길게 멀리 돈 셈이다. 소요산역과 동두천 역의 중간으로 내려와서
동두천행 버스를 타고 1호선 전철로 갈아 타며 첫 지하철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북아등 558회차 잘 다녀왔습니다.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