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공원은 평화공원,하늘공원,노을공원,난지천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서도 언덕 위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가을을 대표한다.
지방의 유명한 억새 군락지를 찾아보는 대신 시내에서 잠깐이면 갈 수 있는 상암동
하늘공원은 호수 같은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고 멀리 북한산도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도 꽤 괜찮다.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산사나무가 붉은 열매를 온 몸에 가득 머금고 반겨준다.
산수유나무도 초록 열매가 노랑이나 빨강으로 변해가고 있고 산딸나무도 딸기처럼
붉은 열매를 가득 매달고 있다. 산사나무가 뱉어놓은 열매가 핏방울처럼 바닥에 묻어있다.
곧장 억새가 기다리고 있는 하늘공원의 지그재그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벼과 벼목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 벼처럼 곡식을 제공해 주지도 않고
잔디처럼 부드럽지도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도 않고 기분을 좋게 하는 향기도
지니지 못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억새가 가을을 대표하는 볼거리로 자리 잡은 이유는 뭘까?
억새는 뭉치고 모여 있어야 진가를 발휘한다. 그저 못난 놈들은 몸 난 놈들끼리 뭉치고
힘을 합쳐야 무시당하지 않는다. 꽃이 예쁜가? 줄기가 미끈한가? 뿌리가 향기로운가?
뭉쳐서 쓰러지고 뭉쳐서 일어나고 뭉쳐서 손 흔들고 뭉쳐서 소리 지른다.
김일성 광장에서 종이꽃 흔들며 외치는 주민들의 광적인 모습이 생각난다.
봄은 화려한 벚꽃 축제가 있다면 가을은 바람을 읽어내는 억새 외침이 있다.
억새 만발한 하늘공원에서 건너편 노을공원으로 건너갔다.
황혼이라는 말은 좀 늙은 감이 들고, 석양이라고 부르면 금방 어두워질 것 같은데
노을이라는 말은 붉은 황혼이나 잿빛 석양보다 은은한 금빛 저녁놀이 연상된다.
예순 나이에 사십대 중반의 동안을 지닌 중년 같은 중후한 매력을 지닌 내 친구처럼.
멋진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공원, 인위적 요소가 너무 드러나는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난지 한강공원으로 내려갔다.
높고 가파른 계단엔 인적도 드물었다.
질주하는 자유로의 차량들을 바라보다 굴다리 아래의 자전거 길을 따라 가면 한강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물의 문화가 펼쳐지는 한강엔 수상스키, 유람선이 강물을 출렁이게 하고
릴 낚시대를 여러 개 설치해 놓고 방을 소리를 기다리는 낚시꾼들은 물고기보단 시간을
낚고 있었다. 낚시를 즐기는 그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언젠가 서울숲에서 남산까지 걸은 적이 있어서 하늘공원을 지나 노을공원에서 반포대교까지 걸어
남산을 향한다는 목표로 시작하였지만 마포나루터에서 걷기를 중단했다.
누이의 긴급호출로 걷기를 중단 하였지만 원 없이 다섯 시간을 걸은 것 같다.
남루하던 강변이 세련되어 졌고 자전거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고 물빛도 맑고 깨끗하였다.
물 한 방울이 바다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하는데 저기 반짝이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모두 충분히 바다에 이르고 뒤척이면서 성공적으로 소금물이 되겠지.
나도 드넓은 바다에 닿아 뜨거운 소금물이 되고 싶다.
누가 갇다 놓았을까, 소나무 아래.
아마도 무척 그리운 사람이 이 나무 아래 쉬고 있지 않을까?
산사나무 열매가 가득하다.
줏어서 산사주라도 담을까?
하늘 공원 올라가는 다리 건너 계단.
서울의 대표 억새 군락지.
띠도 많고
갈 바람도 연주를 시작하고
억새는 춤을 추고
나락도 익어 간다.
노을 공원엔 조각 작품이 많다.
이곳을 골프장으로 기획한 공무원의 생각이 궁금하다.
한강 난지공원으로 내려가다 올려다보고
다시 내려다 보니 자유로를 어떻게 통과 할까 멈칫하다가
터널을 발견하고 쑥 들어 갔다
여기엔 억새 대신 갈대다.
강물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그러나 출렁이며 바다로 향한다
잡은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이 사람이 궁금하지 않을까
코스모스의 군무,
억새와 격이 다르다.
꽃밭에서야 얼굴을 드러내는 나그네.
벌써 밤섬이 보인다.
강, 다리, 도로가 모두 한 몸이다
강을 거슬러 반포대교까지 가고 싶었지만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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