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김철순,장순백,김홍원,권순질,박성식,신천수,김한주,천근엽,정동윤
올해 가을에는 유난히 결혼행사가 많다.
11월의 토요일 중에는 오늘이 유일하게 비어 있다.
이른 아침에 배낭을 꾸리는 내 손끝에는 가락이 흐르는 듯 장단이 들어갔다.
토요일 오전 9시, 불광동에 가면 북한산에 오르려는 친구 몇 명은 볼 수 있다.
9시에서 늦어도 10분 정도 기다려 보면 누군가가 나타나고 그래도 보이지 않으면
하는 수 없이 혼자 등산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날은 드물다.
자연발생적으로 찾아오는 친구들과 어울려 산길에서 발걸음 맞추며 즐거운 산행이
되도록 서로 배려하고 노력하는 산행도 그런대로 재미가 있다.
가을은 달력으로 볼 때 추분에서 동지까지라면 지금이 가을의 한 복판이 아닌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아침은 쌀쌀하고 낮에는 포근한 가을만의 가을 날씨다.
가을의 색깔은 단풍잎처럼 붉거나 생강나무처럼 노랗거나 참나무류처럼 갈빛이거나
아니면 이런 색깔을 조금씩 섞어 놓거나 풀어놓은 것 같다.
지난 일요일 양재에서 걸어서 후암동까지 걷다가 한남동 어느 길가의 담벼락에서
담쟁이 단풍을 보았다. 담쟁이도 붉게 단풍이 들었고 일부는 벌써 낙엽이 되고 있었는데
잎자루가 젓가락처럼 떨어지지 않고 벽에 남아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보통의 나뭇잎은 잎과 잎자루가 동시에 떨어지는데 담쟁이는 자신만은 방법으로 떨어진다.
새들에게 벽에 붙어있는 팥알만한 담쟁이 열매를 먹이려면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하는데
새들이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까 바 이파리 먼저 보내고 난 뒤. 잎자루가 남아서
새들을 좀 더 유혹해 보려는 심사인 것이다.
우리들의 나이도 어느 덧 담쟁이처럼 남아서 뭔가 더 해야 할 가을 나이가 되었다.
좀 더 화려한 단풍처럼 물들고 싶고
좀 더 풍성하고 알찬 열매를 맺고 싶고
좀 더 깊고 그윽한 가을 하늘같은 든든한 배경이 되는 싶다.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 오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침염수처럼 남아 있고도 싶고.
자칭 등산 초보라는 홍원이의 엄살을 기준으로 용호 능선으로 올라 족두리봉까지
올랐고 향로봉 옆구리를 가볍게 돌아서 비봉능선 초입에 닿았다.
그곳에서 탕춘대 길을 목표로 하산하다가 탕춘대 계곡으로 내려갔다.
지난 여름의 수고를 계곡에 고마워하며 통나무집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었다.
폭탄주 제조는 성식이가 맡았고 술이 한 순배 돌자 웃음보가 터지기 시작했다.
졸업 후 첨 만난 친구라도, 얼굴만 기억하고 이름은 생각나지 않아도
산 속에 서너 시간 풀어 놓으면 금방 비슷한 DNA을 찾아내고 조합하여
별다른 저항감 없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버린다.
아직도 녹슬지 않은 근엽이의 총이 발사되어 점심 한 번 잘 얻어먹었다.
배도 부르고 해는 중천에 있어 별다른 약속이 없는 나는 순질이와 의기투합하여
북한산 둘레길 8구간인 구름정원길을 걸어 보기로 하고 총총.
맑은 가을 햇살 받으며 잘 다듬어진 둘레길을 호젓하게 걸어 보았다.
잘 다녀왔습니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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