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북아등 588

능선 정동윤 2012. 12. 23. 12:39

 

얼마만의 북아등인가

결혼, 초상, 또 다른 등산 약속 등으로 북한산 찾아오기가 쉽지 않았었다.

언제부턴가 장작불 같은 그리움이 혹한의 겨울을 지나는 동안 가슴에 불타 올랐기에

오늘은 좀 길게 등산을 하며 장작불처럼 오랫동안 불타고 싶었다.

불광동에서 대남눈, 대성문 지나 형제봉 능선을 거쳐 북악산까지 오르자고 제안하였다.

긴 기다림으로 찾아 온 산을 금방 내려가기가 아쉬워서 꺼집어 내었는데

별로 반대 의견이 없었다.

 

9시 좀 넘어 순질이, 한주, 근엽이와 함께 수리봉 자락으로 진입하였다.

눈이 내렸었고, 내려서 쌓였고, 쌓여서는 녹지 않았다.

비봉 능선에 올라서서야 황홀한 눈의 연출에 치매 환자처럼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해마다 이곳 눈의 축제를 보지 않고 넘긴다면 겨울도 겨울이 아니다.

봄은 진달래, 여름은 녹음과 계곡의 탁족, 가을의 단풍과 낙엽을 그냥 지난다면

그것 또한 계절을 계절답게 보내지 못하는 것이라라.

 

초입부터 눈길이 시작되어 산행 내내 눈길의 연속이었다.

대남문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한주와 근엽이는 산 아래 기다리는 친구들을 위해

하산을 서둘렀고 순질이와 나는 대성문으로 가는 깨끗한 눈을 밟기 시작하였다.

형제봉 능선 말미에서 북악으로 관통하는 길을 놓치고 국민대학으로 하산하여

다시 북악을 올랐다. 북악에서는 아이젠을 벗었다.

 

어린 아이들처럼 눈 속에 뒹굴고 싶고 눈 장난하고 싶지만

자꾸만 미끌어 지는 닳은 등산화 바닥으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구름 뒤에 숨었던 태양이 오후 늦게 나타나서 주춤주춤 서쪽으로 밀려 갈 즈음

성북동 삼청각을 내려다보며 숙정문을 향해 잘 만들어진 많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말바위 쉼터에서 백악마루로 올라야 하는데 오후 3시부터 입장이 제한됨을 알기에

창의문까지 가기를 포기하고 삼청공원으로 하산을 결정하였다.

 

오늘 밤에도 춥고 다리도 뻐근하겠지만 맑은 하늘에 별이나 총총 나타났으면 좋겠다.

무한히 그리워 길을 가다가도 멈추고 바라보는 먼 하늘, 희뿌연 서울 하늘에 지쳐

그냥 고개를 숙이면 하얀 눈길을 원 없이 걸어왔고, 돌아보면 더 아득하기만 하였다.

 

대사증후군의 합동 공격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걷고 또 걸으며 대항하지만

어느 사이에 휘청거리는 어지러움을 경험하며 바위에 깨지는 계란처럼 난감해 한다

그러나 깨지고 깨지면서도 응전을 위한 발걸음은 쉬지 않는다.

삼청동에서 수제비라도 먹을까 했으나 순질이의 약속으로 뒷풀이는 생략하고

우리는 경복궁역까지 더 걷다가 헤어졌고, 나는 응암동으로 갔다.

 

모처럼의 북아등 잘 다녀 왔습니다.

 

다음 주는 오전 산행을 마치고

북아등 송년 오찬 모임(오후 1)을 작년의 그 집,

구기동 본전가 쌈밥집에서 할 예정이며 여학생들도 필히 참석 바람니다.

 

-정동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걸어가는 길(山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첫 걷기  (0) 2013.01.01
임진년 송년 산행  (0) 2012.12.30
강서 둘레길  (0) 2012.12.15
남산-낙산-북악산  (0) 2012.12.09
서초동 반포천 현충원 동작대교 한강공원 원효로  (0) 2012.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