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너트

능선 정동윤 2013. 2. 26. 11:22

 

너트/정동윤

 

공장 마당 한쪽에

뒹구는 너트 하나

한 때 거대한 기계를

단단히 조여

수많은 제품 쏟아지게

밤낮없이 일했지만

헐렁해진 근육에

이빨마저 빠져

찌던 기름때 덮고

혼자 떨어져 있다.

왕년에 북한산 큰바위였다며

자랑하던 모래알도

무료에 지쳐 잠들어 버리고

바람만 한가하게 마당을 쓸고 간다.

꿈이라면

어느 고물상 저울에

무겁게 올랐다가

뜨거운 용광로에 던져져

튼실한 볼트로 환생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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