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정동윤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출근길 전철
줄 뒤쪽에 있거나 늦게 도착하면
문 앞에서 버티는 기득권 때문에 탈 수가 없다
전철 안에는 다소 여유가 있어도 문 앞은 완강하다.
마지막으로 올라탄 자의 여유가 비친다.
다음 역에 도착했다
아무도 탈 수 없을 것 같은 기득권이
다음 역 탑승자에게 조그만 틈을 보였고
재빨리 두 사람이 들어섰다
순간 공기가 팽창하였지만 이내 잠잠해진다
또 다음 역에 닿았다
한 사람이 겨우 내렸고
세 사람이 그 틈을 타고 들어왔다.
전철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사람들은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즐기며 무시한다.
이젠 환승역,
바가지로 물을 퍼내 듯
한 바가지 승객이 쏟아져 내렸고
줄 선 사람 중에 몇몇은 탑승하지 못했다.
전동차 입구엔 또다시 안심하는 기득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