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기득권

능선 정동윤 2013. 1. 31. 09:24

 

기득권/정동윤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출근길 전철

줄 뒤쪽에 있거나 늦게 도착하면

문 앞에서 버티는 기득권 때문에 탈 수가 없다

전철 안에는 다소 여유가 있어도 문 앞은 완강하다.

마지막으로 올라탄 자의 여유가 비친다.

 

다음 역에 도착했다

아무도 탈 수 없을 것 같은 기득권이

다음 역 탑승자에게 조그만 틈을 보였고

재빨리 두 사람이 들어섰다

순간 공기가 팽창하였지만 이내 잠잠해진다

 

또 다음 역에 닿았다

한 사람이 겨우 내렸고

세 사람이 그 틈을 타고 들어왔다.

전철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사람들은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즐기며 무시한다.

 

이젠 환승역,

바가지로 물을 퍼내 듯

한 바가지 승객이 쏟아져 내렸고

줄 선 사람 중에 몇몇은 탑승하지 못했다.

전동차 입구엔 또다시 안심하는 기득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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