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 광교산,백운산,바라산 산행
지난 토요일, 추석을 앞두고 가족모임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수지에 사는 동생이
장교산과 백운산 그리고 바라산 이야기를 하였다.
한 번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다음날 실천에 옮겼다.
일요일 아침 혼자서 물 한 병 채우고 빵집에서 빵 한 봉지 사서 배낭에 담고
서울역으로 갔다.
아내는 일요일에 내가 어디로 간다고 하면 대단히 비협조적이다.
1호선 전철을 타고 화서역에 내린 뒤 2번 출구로 나와서 한 20미터 걷다가
좌측으로 또 한 20미터 걸으니 버스 정류장이 나왔다.
그곳에서 37번 버스를 타고 경기대학 근처의 광교공원에서 내렸다.
요즘은 저수지가 좀 넓다 싶으면 모두들 호수라 부르는가 보다.
한민족의 시원인 바다처럼 넓은 바이칼호가 이곳을 보면 울고 가겠다.
광교호수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보니 약 40분이 걸렸다.
그래도 지방자치단체에서 걷기 좋도록 섬세하게 길을 가꾸며 관리하여
수변 길은 편하게 걸을 수가 있었다.
호수를 도는 준비운동을 마치고 가파른 계단을 타고 장교산 능선 위로
올라서니 온통 중장년들이 백화점 입구처럼 붐볐다.
일단 형제봉을 목표로 걸었다.
이 산의 특징은 흙산으로 나무가 무성하였으나 조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능선 주변이 온통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등으로 가려져서
경기 남부의 풍경들이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창문이 없는 지하실에서 사는 것처럼 답답하기도 하였지만 산길은
어제까지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어 있어서 걷기는 수월하였다.
형제봉을 지나고 바로봉도 지나고 드디어 근처에서 가장 높다는 시루봉인
장교산(582m)에 도착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표시석을 기준으로 사진을 찍느라 시끌벅쩍 하였다.
나는 뒤편으로 물러나서 어디로 갈 지 행선지를 고민 하였다. 먹고 마실 것만
충분했으면 멀리 청계산까지 갈 볼 수 있는데 바닥 난 연료로 장거리를
걷기에는 역부족임을 알고, 백운산(567m)과 바라산(428m)을 거쳐서 백운호수
방향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혼자 계획하고 스스로 실천하며 낯선 곳으로 떠나는 설렘도 즐길만하다
다소 불안하기도 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따르기도 하지만 처음 보는
풍경이나 이색적인 풍물에 대한 호기심은 그 모든 불편함을 덮어 버린다.
장교산 정상에서 겨우 주변의 경치를 돌아보고 왔던 길을 다시 걸어서
통신대 앞에서 방향을 바꾸어 백운산으로 나아갔다.
이 능선은 의왕대간으로 불려지고 있었다.
백운산 정상에서 청계산을 바라보며 오후 3시의 햇살을 맞으며 쉬었다.
다시 올 때에는 넉넉한 먹거리와 랜턴등 장비를 잘 준비하여
멀리 청계산까지 걸어 보고픈 충동이 일었다. 그 충동을 억제하며 바라산으로 가서
365계단으로 내려오니 24절기에 대한 설명을 15계단 간격으로 붙혀 놓았다.
바라산 아래는 자연휴양림 공사로 어수선 하였지만 풍부한 물과 짙은 수목과
백운호수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 같았다.
백로와 추분 사이지만 한여름처럼 무덥고 땀도 많이 흘렸다.
음식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작은북골로 내려와서 마을버스 05번을 기다렸다.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4호산 인덕원역으로 갈 것이다.
약 6시간을 숲 속으로만 걸었다.
조망이 별로 없는 길이지만 공기는 청량하고 산길은 부드러웠다.
-정 동 윤-
'걸어가는 길(山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아등 627 (0) | 2013.09.22 |
---|---|
텃밭 가는 길 (0) | 2013.09.18 |
보성 녹차밭과 담양 죽녹원 (0) | 2013.09.09 |
딸이 찍어준 천리포 여행 (0) | 2013.09.09 |
천리포 수목원, 만리포 (0) | 2013.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