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봄 /산능선
1.
재건축 기간이 훨씬 지난 아파트의 거식증에 걸린 엘리베이터는
음식 삼키고 토해 내길 25년, 사용 않는 장기 모두 퇴화 되었다.
식도 막히고 이빨 빠지고 혀 없는 입과 닳은 입술엔 아직도
따뜻한 봄볕 들지 않아 썰렁하다.
2.
고속철 개통으로 인적이 오히려 줄어든 지하도 2 번 출구 계단에서
떡 파는 할머니 최근 좌판을 망치로 내려 치고 싶을만큼 장사가 어려운데
젊은 경쟁자까지 나타나 그나마 줄어든 손님 또 몰아가고 있었다.
봄은 지하도 구석에 박혀 나올 줄 모른다.
3.
'국민'이라는 상품 가슴보다 입에 걸고 다니는 붉고 두터운 입술의
장사꾼들이 선거철에 급히 임차해 가서 포장 뜯어내고 우물쭈물하다
선거 끝나자마자 반품하는 통에 '국민' 재고만 집집마다 가득하다.
봄 경기가 술술 풀려야 재고가 줄지.
4.
언젠가 누구의 입에서 암송 되어질 시 하나 만들려고 골방에서
밤새 게워낸 글들이 늦잠 깨운 세탁소 주인의 저음의 긴 한 마디보다
서울역 할머니의 마른 육성보다 생명력 없음을 알고 입맛 떨어졌다.
이 봄날 물에 만 밥도 넘어 가지 않는다.
5.
바위 틈 비집고 뿌리 내리는데 성공한 수리봉의 소나무를 보며
비정한 철사나 과잉 억압보다 강한 바람이 오묘한 소나무로 키웠고,
도전에 실패한 수 많은 씨앗들 어디선가 거름이 되어 묻혔으리라.
봄이 또 수억의 생명을 잉태 시키고 있으니.
6.
하여 위로라도 받고 싶은 심정으로 종일 젖은 화살 하늘 향해
몇 차례 날려 보았지만 아무도 그 화살을 맞고 쓰러진 친구 없었다.
혼자서 긴 진달래 능선 걷다 내려오는 길에 잘 우려낸 멸치 국물의
잔치 국수나 한 그릇 소리내며 마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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