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2014 솔향기길

능선 정동윤 2014. 3. 23. 21:37

강남의 고속터미널에서 820분에 시외버스는 출발하였고

1020분쯤 태안에 도착하니 만도항 버스는 1140분에 있었다.

무려 1시간 20분을 기다려야 하니 시간을 아껴 태안의 볼거리

마애삼존불을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바빠졌다. 군내를 서둘러 빠져나와 백화산 입구에 도달한 뒤에야

시간이 부족함을 알아차렸고 마애삼존불과 만남을 포기하고

백화산 한쪽이라도 올라 보기로 하였다.

백화산은 서울의 불암산 처럼 산 전체가 화강암 덩어리였다.

중턱까지 올라가니 친근한 화강암의 부드러운 자태로 곳곳에

독특한 형태의 바위를 전시하고 있었다.

3시간 정도면 골고루 다녀볼 수 있을 것 같은 산이었다.

올라 가는 길에

올 봄 처음으로 진달래를 보니 시집 간 딸이 친정 온 듯 반갑다.

 

 

태안터미널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백화산이 있었다.

 

가까이 갈수록 화강암의 덩어리가 울퉁불퉁 윤곽이 드러난다.

 

북한산 보다는 완만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다지 험한 지형도 아닌데

밧줄을 걸어 놓았다.

중턱에서 바라본 태안군 중심가. 소나무숲이 많아 산책로로는 최적이었다.

 

주능선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능선과 기슭엔 소나무림이 우거졌다.

 

바위 틈틈히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올라갈 때 본 진달래 모습 내려올 때 찍었다.

바야흐로 봄이 시작된 것이다.

 

벌 한마리가 진달래 꽃술 속으로 집요하개 파고 들기에 카메라를 대고 들여다보니 훌쩍 날아가 버린다.

거미는 제 몸에서 실을 뽑아 집을 지으며 자신의 한계에 묻혀 있고, 개미는 늘 방관자적 자세를 견지하는데

벌은 꽃에서 꿀을 체취하여 새로운 벌집을 만들어 새로운 꿀을 생산하는 창조적 이미지가 있다고 들었다.

 

 

만도항으로 가는 시내 버스가 텅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배차 간격도 2시간으로 긴가 보다.

몇몇 시골 할머니들이 타고 내렸으나 종점까지 가는 승객은 내가 유일하였다.

 

만대항에 도착하니 전세 버스들이 많이 있었고

식당마다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한 때 기름 오염으로 인하여 고생이 많았는데

이제는 모두 옛일이 되어버렸고

해변은 여유로운 파도가 지키고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송 두 그루.

곰솔, 해송, 흑송 이라고 부르며 소금물에도 강한 방풍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송림 사이로 난 아늑한 솔향기 길

파도소리, 바람 소리, 솔향이 겹쳐 무념무상의 경지를 걷는 듯 하였다.

 

걷다가 오른쪽으로 바라보면 바다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고

해변의 돌과 바위는 연주를 하고 있다.

끝없이 계속되는 음악회는 관객의 유무를 가리지 않는다.

 

해안의 방풍림으로 곰솔이 좋다는 것을 입증하듯

소나무가 많고도 많다.

 

탁 터인 수평선을 바라보면

자신의 존재가 한낱 물거품처럼 미약하고

해변의 돌맹이보다 짧은 내 삶을 이해하면

마음은 더욱 가벼워진다.

 

 

 

바닷가로 내려가 해안을 걸어본다.

등산화의 먼지가 털리는 느낌이다.

10년째 병상에 누워있는 친구한테

농담으로 태안으로 놀러가자고 했고

오지 않으면 혼자 간다고 해서 혼자 온 길이다.

 

 

 

 

 

 

 

 

 

 

 

 

 

 

 

 

 

 

 

 

 

 

 

 

꾸지나물골 해수욕장.

 

 

 

 

 

조용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

검은 소나무 이파리에 찾아오니

파도소리에도 솔 향이 묻어난다.

눈길은 수평선에 닿고

기분은 하늘 높이 날으니

배낭을 진 사람이나

줄지어 선 소나무나

서로 넉넉한 응대로 편안해진다.

 

솔바람 가득한 능선을 걷다

해안으로 내려가 굴을 따고

다시 먼지 이는 언덕을 오르면

 

걸음 걸음

지팡이에 찍히고 등산화에 눌려

흙은 뿌연 먼지가 되어

숨죽여 엎드려 있다

내딛는 발걸음에 놀라

하얀 비명 지르며 바지자락 붙잡는다.

 

안쓰러운 마음 조심스레 걸어가니

소금기 머금은 바닷바람도

해송 껴안으며 부드러워진다.

좋은 길 만드는 일도

망치는 일도 사람이 하는 일

선한 마음으로 선하게 걸어야

오래 걸을 수 있겠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요즘은 굽은 나무가 더 잘 팔린다

곧은 나무는 모아야 팔리고

굽은 나무는 혼자서도 잘 팔린다

해풍에 시달려 휘어진 곰솔

어려운 환경 극복하며

고스란히 간직한 세월의 나이테에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능선에서 바다를 조망하듯

굴곡 진 내 삶을 조망하고

또 나아갈 길을 탐색한다

거미집의 한계를 뛰어넘어

개미의 방관자적 태도를 버리고

꿀벌처럼 꽃을 찾는 창의적 마음이면

현관문은 저절로 열리고

먼 길도 가뿐히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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