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계절에 들은 소식/정동윤
배롱나무 아시죠?
남부 지방의 포근함이
긴 가지에 매끄럽게 밴 나무.
무더운 풀빛 계절에
백일 동안 꽃 피워내는
은근한 나무 아닌가요?
지난 해 추석 지나
중부 지방까지 올라 온 배롱나무
남산에 활짝 피었을 때
십 년의 사랑 백 년을 약속한,
스마트폰에 담긴 신랑
살며시 보여주는
신부의 작은 얼굴은
한가위 보름달보다 밝았지요.
꽃샘바람이 차가운
보름달도 하얗게 언 이월에
새끼로 온몸 감고
깊은 묵상에 잠긴 배롱나무 사이로
그 나무와 닮은 신랑과
더 멀리 가기 위해
배낭을 꾸린다고 합니다.
결혼의 배낭 등에 지고
먼 길 떠나는 신랑 신부
함께 있어도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출발에
배롱나무 꽃망울 터지듯
진심 어린 축하 맘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어릴 때부터 지켜 본 아빠의 친구가-.
홍원이 딸 윤희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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