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의 전개
윤종욱
밤새 발 밑에는 좁은 사막이 쌓였어요
새벽은 불투명하게 돌아왔고
매일매일 더 늙은 모습으로
우리는 입이 말라 버린 나무
조금씩 빠르게 허물어지는 어둠처럼
우리는 잎이 진 사람
침묵을 정확하게 발음해 보세요
턱 끝까지 숨이 막힐 만큼
우리가 창문이 없는 방이었을 때
내일을 열어 볼 수는 없었어요
우리가 방에서 갈라져 나온 뒤에
우리는 식탁의 높이에 맞춰 앉았어요
모래를 모두 쓸어 낸 몸으로
표백된 셔츠를 입고
찻잔의 깊이와 끓는 물의 부피를 재며
우리는 눈대중으로도 알고 있었어요
어둠이 얕은 곳에서는
언제 눈을 떠야 하는지를
어디에 눈을 둬야 하는지 말이에요
시계는 벽을 등지고 있었는데
시계는 무엇이든 가리키려 하고
우리는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해요
사막의 발단을 출발하여
가느다란 아가미가 발생하기까지
우리는 진화하는 걸까요
밖은 왜 여전히 어두운 거예요
우리의 아침을 활기차게 열어 보세요
분주한 아침이 지나고 나면
엄마가 시키는 대로 문을 닫고
우리는 방으로 들어갔어요
백지의 척후병 김복희 연속사방무늬 물이 부서져 날리고 구름은 재난을 다시 배운다 가스검침원이 밸브에 비누거품을 묻힌다 바닥을 밟는 게 너무 싫습니다 구름이 토한 것 같습니다 낮이 맨발로 흰색 슬리퍼를 끌면서 지나가고 뱀이 정수리부터 허물을 벗는다 구름은 발가락을 다 잘라냈을 겁니다 전쟁은 전쟁인거죠 그는 무너진 방설림 근처에 하숙하고 우리 집의 겨울을 측량하고 다른 집으로 간다 우리 고개를 수그려 인사를 나누었던가 폭발음이 들렸던가 팔꿈치로 배로 기어가 빙하를 밀고 가는 정수리 허물이 차갑게 빛난다 눈 밑에서 포복하던 생물들이 문을 찧는다 인질들이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