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작

2014 국제신문

능선 정동윤 2015. 5. 14. 14:31

단단한 물방울

김유진

 

참 단단한 물방울이라 여기면서, 밤을 깐다

복도가 나오고 수많은 문이 보인다

벌레는 아주 가끔씩 빛처럼 부서졌다

그때 흔들린 손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한 말을 다시 반복하는 뉴스는 보았다

나는 물을 마신다 물이 흩어진다 수많은 문이 열린다

흩어진 수많은 껍질을 문이라 할 수 있을까

참 단단한 물방울이라 여기면서

윗부분 중간을 칼집 내어 잡아당긴다

형광등은 자주 깜박거렸다

천장 한쪽 구석에 거미줄이 불빛에 걸려 움찔하면

아무도 없을 때 더 시끄러워지는 나는

그동안 꾼 꿈과 마주치고 다양해진다

초인종이 울린다 나는 다시 한 곳에 모인다참 단단한 물방울이라 여기면서

거울을 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어본다

웃음이 길게 늘어지며 읽을 수 없는 표정들이 지나간다

냉장고에 붙여 놓은 명언들이 노랗게 바래지고 있다

자주 삶은 베갯닛과 닮았다

인쇄해두고 한 번도 가지 않은 여행지를 자꾸 머리 속에서 내몬다

종이를 본다 얼룩진 곳이 단단하다창문 위에 물방울이 가득 맺혀 있고

'신춘문예 당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문화일보  (0) 2015.05.14
2014 세계일보  (0) 2015.05.14
2014 부산일보  (0) 2015.05.14
2014 서울신문  (0) 2015.05.14
2014 경향신문  (0) 201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