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가노라면/김규동

능선 정동윤 2015. 9. 30. 15:52

가노라면 
 

김 규 동 

 
가노라면 쉴 데도 있을 테지
가노라면 까치가 우는 마을도 있을 테지
눈 위에는 짐승 발자국 두어 개
산 넘고 들을 건너
눈 덮인 길 가네



가노라면
맑은 햇빛 눈부시겠지
얼음이 녹고 눈이 녹을 테지
가노라면
달이 뜰 테지
여우가 달리는 오솔길도 나올 테지
꿈속에서처럼 멀리 기적소리 들릴 테지
빙긋 쳐다보고 웃는
길동무도 있을 테지
가노라면
얼음 밑을 기는 물소리도 만날 테지



가노라면
큰 산 큰 강물 긴 다리도 만날 테지
40년 걸은 이 길을
가노라면
아 가노라면
보고 싶던 산천 만나게 될 테지
새해의 흰 눈 밟고 또다시 가네
흰 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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