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후일
오세영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나 이제 아무데서나
쉬어야겠다.
동백꽃 없어도 좋으리,
해당화 없어도 좋으리,
흐린 수평선 너머 아득한 봄 하늘 다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면……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나 이제 아무나와
그리움 풀어야겠다.
갈매기 없어도 좋으리.
동박새 없어도 좋으리.
은빛 가물거리는 파도 너머 지는 노을 다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면……
가까운 포구가 아니라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먼 후일 먼 하늘에 배를 대듯이.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 가는 시간/문정희 (0) | 2015.11.27 |
---|---|
얼굴/박인환 (0) | 2015.10.06 |
가노라면/김규동 (0) | 2015.09.30 |
무등을 보며/서정주 (0) | 2015.09.30 |
봄비/변영로 (0) | 2015.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