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남산제비꽃

능선 정동윤 2016. 5. 11. 00:26

남산제비꽃/정동윤

 

남산의 작은 습지

물길따라 오르면

해가림 지붕 아래 긴 의자

숲에서 빠져나온 노부부 앉으셨다.

 

"커피 마실 때가 되었지?"

"예, 여기서 마셔야죠"

할머니 주섬주섬 배낭 푸신다.

 

"다음 달 베트남 어디로 가지?"

"도시로만 가니 여기나 거기나"

"그래도 보내주면 무조건 가야해"

 

커피 다 마신 뒤

"오늘은 까치들이 덤비지 않네, 나중에 와서 먹으라"

할아버지 비스켓 새 봉지 뜯어

지붕 위에 올려놓고 떠나셨다.

 

벤치 옆에 자리잡은 남산제비꽃

햇살보다 따뜻한 그 소리 듣고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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