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제비꽃/정동윤
남산의 작은 습지
물길따라 오르면
해가림 지붕 아래 긴 의자
숲에서 빠져나온 노부부 앉으셨다.
"커피 마실 때가 되었지?"
"예, 여기서 마셔야죠"
할머니 주섬주섬 배낭 푸신다.
"다음 달 베트남 어디로 가지?"
"도시로만 가니 여기나 거기나"
"그래도 보내주면 무조건 가야해"
커피 다 마신 뒤
"오늘은 까치들이 덤비지 않네, 나중에 와서 먹으라"
할아버지 비스켓 새 봉지 뜯어
지붕 위에 올려놓고 떠나셨다.
벤치 옆에 자리잡은 남산제비꽃
햇살보다 따뜻한 그 소리 듣고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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