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길상사
백석이 사랑한 자야
백석을 사랑한 자야
가난한 시인은 깊은 산골
마가리에 가자고 소곤거렸고
아름다운 진향은
세상에 지지 않겠다고 버티었다.
백석은 꿈꾸었던 만주에서
찬바람 속으로 헤매다
신의주 산골로 돌아와
온몸이 엽전처럼 오그라들었다.
전쟁과 평화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타샤는 이를 악물며 견디었으나
금 그어진 분단 조국은
백석을 이북에 남겨 놓았고
나타샤는 성북동에서 기다렸다
임이 남긴 시 한 수는
천억보다 귀했으나
사랑은 덧없고 기다림도 헛되었다.
고단한 세월을 돌아보며
어렵게 지킨 재산 모두 던져
산사의 길상화로 피워내니
무소유 길상사 마당에는
흰 당나귀 울음 대신
겨울바람에 풍경 소리만
댕그랑댕그랑 울린다.
*천억 상당의 대원각을 시주한
김영한은 하뉘,진향,자야,나타샤
김숙 등으로 불리었다.
*삼청각,청운각,대원각은 3공 시절
3대 요릿집이었다.
*백석은 김소월과 동향(정주)이며
향토성 짙은 시와 일본 유학,조선일보 기자,
영어 교사를 하였으며 해방 이후
북한에서 살다 1960 대 숙청당하여
양을 키우며 지냈다고 한다.
*기자가 물었다.다시 태어나면
무얼 하시겠습니까?
김영한씨는 대답했다.
"가난한 시인이 되겠습니다"
*"내가 평생 모은 돈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 며 유언으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적은 종이를 자신과 함께 태워
흰 눈 오는 날 뿌려달라고 하였다.
*평생 7월1일 백석의 생일엔 금식
하였다고도 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눈이 푹푹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홀로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을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는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같은 것은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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