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가을, 숲이 저물어 간다

능선 정동윤 2020. 11. 9. 15:21

가을, 숲이 저물어 간다

떠들썩한 숲 놀이가 끝나니
숲은 다시 고요해집니다
"숲이 유치원이면 좋겠다"라는 아이
"숲 선생님과 껌딱지"라며 손잡는 아이

단풍잎 같은 작은 손으로
왕관을 만들어 머리에 올렸지요
가을날의 오전은 메아리처럼
순식간에 숲을 지나갑니다.

숲은 가을과 함께 저물어가고
저도 따라 저물어갑니다
마지막 단풍이 불타서 떨어지면
숲은 긴 겨울잠에 빠지겠지요

나무가 저물어가는 것은
계절의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일
겨울 왕국의 긴 침묵을 지나
다시 땅 위에서 꽃을 피우는 일

날 흐리고 낙엽 뒹구는
이런 가을 오후는 좀 쓸쓸합니다
아이들이 떠나간 유아숲에는
햇살 대신 바람이 주인 노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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