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유쾌한 결혼식이었네

능선 정동윤 2022. 11. 14. 08:32

유쾌한 결혼식이었네

일요일의 결혼식이라
예배당 가는 일 잠시 멈추고
자네 아들의 혼례에 참석했네
단순하지만 뜻깊고
엉뚱한 듯 보였지만 진지했고
궤도 이탈인가 했는데
미소 번지게 하는
정말 유쾌한 결혼식이었네.

한때 바빴던 경조사 시절
이젠 그런 큰 일도 뜸하여
자주 만날 수 없는
보고 싶었던 친구들 소환하여
반갑게 만나게 해 주어
맑은 소주잔 기울일 수 있었네

건성으로 인사하고
총총 떠나야 할 만큼
그리 바쁘지 않은 우리는
넉넉한 시간을 움켜쥐고
세월의 무게도 가볍게 들며
일상의 통증도 '건강' 수다로
마취시켜 버렸지

단풍잎 지는 가을 날
차량을 쫓아가며 흩날리는
낙엽의 안타까움조차
편안하게 보이는
흐린 날의 유쾌한 잔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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