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청풍 백운동천/ 정동윤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는 산
유서 깊은 인왕산 깊숙이 들어가면
백세청풍 골짜기는 김상용의 집터
백운동천 계곡은 김가진의 별장
인왕산의 동쪽 창의문엔
인조반정의 공신록이 적혀있고
그 아래 깊고 조용한 동네가
청풍과 백운이 합친 청운동
청운동은 안동 김씨 집성촌
겸재도 그 그늘에서 출세했고
송강도 근처 마을에서 놀았고
위항문학 모임도 인왕을 바라보았다
조선의 절개와 지조의 상징인
청음 김상헌의 형은 김상영
병자호란으로 강화도가 함락되자
76 세에 폭약 터뜨려 자살했다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갈 때
가노라 삼각산아 청음의 시조비는
궁정동 안가에서 들려온 총소리에
역사의 아픔 안고 펑펑 울었으리라
김상영의 11 대손 김가진은 서출
갑신정변 이후 적서 차별 폐지로
대한제국 법무대신까지 올랐고
백운동 별장 목재는 고종의 하사품
지금도 허물어져 있는 백운동 옛집
늦가을 낙엽으로 덮어버린
대동단 이끌며 독립운동하던 기백
동농 김가진의 그림자는 사라졌다
서촌의 유명 맛집
토속촌 삼계탕은 옛적 김가진의 집
장사로 돈을 벌어 큰 길 건너
높은 빌딩 짓는 이는 그의 후손일까?
이태리 메디치가의 야심처럼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가난한 예술인을 도운 사람들
그 발자국 따라 서촌을 거니는 생각
창의문 바깥은 부암동
무계정사는 안평대군의 별서
석파정은 대원군 이하응의 별장
나중에 줄로 엮어 걸어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