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승도
갓 나온 상사화 새싹을 아들이 밟았다.동그스름하게
커나오던 잎이 제 모양새를 잃었다
어쩌냐 이왕 이렇게 된 것 아프드라도 원망 말고 자라라
나는 손으로 금이 간 잎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히 가슴 아픈 척 좀 하지 마세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나는 자라날 겁니다 제발 그런 눈길로 보지 마세요 밟힌
것도 나고 그걸 이기고 자라든지 아니면 죽든지 그것도
아니면 불구의 모습으로 살아가든지 그 모든 것이 다
내 몫이니까요 그런 안타까움으로 날 대하지만 말아
주세요
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왔다
은근슬쩍 측은한 마음을 잠시나마 품었던 내 모습이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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