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이탈한 자가 문득/김중식

능선 정동윤 2011. 8. 18. 10:47

이탈한 자가 문득/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기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

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

왔을 때 나는 보았다.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

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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