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오세영
바람 소리였던가
돌아보면
길 섶의 동자꽃 하나
물소리였던가
돌아보면
여울가 조약돌 하나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리네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 녘은
울고 싶어라
내 귀에 짚이는 건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세상은
갈바람 소리
갈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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