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행/허성욱
그대가 보고 싶다는 말은 깊은 골짜기 나뭇잎에 호젓이
맺힌 물방울이 도른도른 빛을 내며 돌아갈 바다를
속삭이는 기쁨입니다.
그대가 보고 싶다는 말은 구름을 밀고 가던 바람이
어느날 수풀에 내려와 고사리 손으로 두 눈 부비며
피는 꽃을 바라보는 행복입니다
모든 것이 치자빛 강물에 떠가는 물결이 되어 넘치고
있을 때 그대가 보고 싶다는 말은 혼자서도 예쁘게
돌아앉아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의 노을입니다
땅에서도 포롯포롯 새싹이 돋아나고 아기의 잇몸에
선 잇이 새 이가 나오는 날에도, 세상의 잎새들이
하루 낮에 쏟아지는 날에도, 또 한번 그대가 보고
싶다는 말은 쇠붙이 몸뚱이로 하늘 속 파랗게 울리는
종소리의 만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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