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설야/김광균

능선 정동윤 2011. 8. 23. 13:30

설야/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밑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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