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밑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 연습/김용언 (0) | 2011.08.23 |
---|---|
좋은 일이야/이성부 (0) | 2011.08.23 |
생존을 위하여/김삼주 (0) | 2011.08.23 |
정동진역/김영남 (0) | 2011.08.23 |
자술서/나호열 (0) | 2011.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