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대숲 아래서/나태주

능선 정동윤 2011. 8. 24. 08:10

대숲 아래서/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본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히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싶다 편지 쓰고

어쩻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국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으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을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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