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매화/박정만

능선 정동윤 2011. 8. 29. 15:50

매화/박정만

 

 

매화는 다른 봄꽃처럼 성급히 서둘지 않습니다

그 몸가짐이 어느댁 규수처럼 아주 신중합니다

햇볕을 가장 많이 받은 가지 쪽에서부터 한 송이가

문득 피어나면 잇따라 두 송이, 세 송이...

다섯 송이, 열 송이....이렇게 꽃차례 서듯이

무수한 꽃숭어리들이 수런수런 열립니다. 이때

비로소 봄기운도 차고 넘치고.

먼 자락 뻐꾹새 울음소리도 풀빛을 몰고와서 앉습니다

먼 산자락 밑의 풀빛을 몰고와서 매화꽃에 속에 앉아

서러운 한나절을 울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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