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박정만
매화는 다른 봄꽃처럼 성급히 서둘지 않습니다
그 몸가짐이 어느댁 규수처럼 아주 신중합니다
햇볕을 가장 많이 받은 가지 쪽에서부터 한 송이가
문득 피어나면 잇따라 두 송이, 세 송이...
다섯 송이, 열 송이....이렇게 꽃차례 서듯이
무수한 꽃숭어리들이 수런수런 열립니다. 이때
비로소 봄기운도 차고 넘치고.
먼 자락 뻐꾹새 울음소리도 풀빛을 몰고와서 앉습니다
먼 산자락 밑의 풀빛을 몰고와서 매화꽃에 속에 앉아
서러운 한나절을 울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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