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정동윤
서초동 몽마르뜨공원
좀작살나무 열매가 연보라로 바뀔 즈음
혼자 걷다 친구의 아까시나무 이야기가 생각났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우리 땅 민둥산에서
질소를 끌어안고, 무너지는 흙덩이 움켜잡으며
황토색 산을 풀색으로 힘들게 물들이며
노동으로 부르튼 입술에 꿀을 발라 주고
어디서든 잘 자라는 땔감으로
온돌과 밥상을 덥혀 주고는
사라질 때를 잘 아는 매미처럼 떠나려니
아까시나무는 잡목이라며 손 가락질이다
무덤에 비석 하나 세우지 못하고 불 태워 질
우리가 사방공사용 아까시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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