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연탄/이수익

능선 정동윤 2011. 9. 2. 14:40

연탄/이수익

 

 

겨울, 문 밖에

허옇게 삭아있는 연탄 한 장

검은 몸이 뜨겁게 열낸 다음

더 이상 열정도 희망도 없이 사그라져

담벼락 밑에 내다버려진, 쭈그리고 앉은

초라한 행색의 연탄 한 장

기온이 점차 떨어지고. 오늘 밤엔

또 다시 눈이 내릴거라는데

허연 삭신이 어찌할 수도 없이

절망의 열하홉 구멍만 하늘로 열려있는

오오, 늙어서 폐물 같은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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