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능선 정동윤 2011. 9. 2. 16:43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세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은 옥수수 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세요

그때 우리는 어린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또옥 따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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