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신록/서정주

능선 정동윤 2011. 9. 5. 10:39

신록/서정주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으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으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신라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으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 가졌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