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하늘에 떠 있는 사리/박제천

능선 정동윤 2011. 9. 6. 16:18

하늘에 떠 있는 사리/박제천

 

 

까마득히 높은 산봉우리에

보기에도 오롯한 오두막 한 채 짓고

도를 닦기 40년

이제는 이름이 사방에 퍼져나가

보러오는 사람들로 산실이 붐비는데

남 몰래

속이 탔느니

언젠가는 죽긴 죽어야 하는데

죽고나면 제자 녀석들이

다비 한답시고

장작불 위에 몸을 태워 버릴 게 아닌가

죽은 뒤니까 뜨겁지는 않을 테지만

어쩌나

홀랑 다 타버리고 만다면

사라 하나 남지 않는다면

그 애들 실망을

누가 달래 줄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앉은 채로 몇 밤이고 꼴깍꼴깍 세우고 있다오

하늘에 떠 있는 저 녀석을

내 사리라고

우길 방편도 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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