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떠 있는 사리/박제천
까마득히 높은 산봉우리에
보기에도 오롯한 오두막 한 채 짓고
도를 닦기 40년
이제는 이름이 사방에 퍼져나가
보러오는 사람들로 산실이 붐비는데
남 몰래
속이 탔느니
언젠가는 죽긴 죽어야 하는데
죽고나면 제자 녀석들이
다비 한답시고
장작불 위에 몸을 태워 버릴 게 아닌가
죽은 뒤니까 뜨겁지는 않을 테지만
어쩌나
홀랑 다 타버리고 만다면
사라 하나 남지 않는다면
그 애들 실망을
누가 달래 줄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앉은 채로 몇 밤이고 꼴깍꼴깍 세우고 있다오
하늘에 떠 있는 저 녀석을
내 사리라고
우길 방편도 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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