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뉴에트 팔베개/이영신
누군가 커다란 베개를 베고 잠들어 있다
참 편하게도 잠들어 있다
정릉천 시멘트 다리가 보잘 것 없는 노숙자
때 절은 머릴 받쳐주고 있다
그 단단하고 거친 회색덩어리 어느 구석에
한없는 부드러움 있는 것인가?
시멘트 다리가 스폰지처럼 말랑말랑해져서
풋솜처럼 한없이 푸근해져서
노숙자가 그 품을 파고들어 잠들고 있다
시멘트 다리가 조그맣고 가엾은 아기
아기에게 해주듯이 그렇게 팔베개를 해 주고 있다
시멘트 다리가 바로 하느님 품인가 보다
하느님 따뜻한 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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