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서울/강윤후

능선 정동윤 2011. 9. 7. 15:57

서울/강윤후

 

 

나이를 먹는 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열차가 한강을 건너고 있다

변기에서 물이 빠져 나가듯

스무 살이 수월하게 멀어진다

나는 휴대용 녹음기의 테이프를 갈아끼우고

한껏 볼륨을 올린다

리시버는 내 귀에 깊고

서늘한 동굴을 낸다

새떼가 우르르 시간을 거슬러 날아가고

철제 계단을 울리며

지하로 내려가는 구둣발 소리

아우성처럼 쏟아지는 오색종이를 맞으며

살아갈 날들이

완전군장을 한 채 진군해 온다

 

열차가 서울역에 닿으면

서른 살이 매춘부처럼 호객하며

나를 따라붙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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