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윤후
나이를 먹는 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열차가 한강을 건너고 있다
변기에서 물이 빠져 나가듯
스무 살이 수월하게 멀어진다
나는 휴대용 녹음기의 테이프를 갈아끼우고
한껏 볼륨을 올린다
리시버는 내 귀에 깊고
서늘한 동굴을 낸다
새떼가 우르르 시간을 거슬러 날아가고
철제 계단을 울리며
지하로 내려가는 구둣발 소리
아우성처럼 쏟아지는 오색종이를 맞으며
살아갈 날들이
완전군장을 한 채 진군해 온다
열차가 서울역에 닿으면
서른 살이 매춘부처럼 호객하며
나를 따라붙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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