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풀리는 한강가에서/서정주

능선 정동윤 2011. 9. 7. 16:31

풀리는 한강가에서/서정주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기러기 같이

서리 묻은 섣달의 기러기 같이

하늘의 얼음장 가슴으로 깨치며

내 한평생을 울고 가려 했더니

 

무어라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

저 민들레나 쑥니풀 같은 것들

또 한 번 고개 숙여 보라 함인가

 

항토 언덕

꽃상여

떼과부의 무리들

여기 서서 또 한 번 바라보라 함인가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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