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는 한강가에서/서정주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기러기 같이
서리 묻은 섣달의 기러기 같이
하늘의 얼음장 가슴으로 깨치며
내 한평생을 울고 가려 했더니
무어라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
저 민들레나 쑥니풀 같은 것들
또 한 번 고개 숙여 보라 함인가
항토 언덕
꽃상여
떼과부의 무리들
여기 서서 또 한 번 바라보라 함인가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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