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쓸쓸한 날에/강윤후

능선 정동윤 2011. 9. 7. 21:52

쓸쓸한 날에/강윤후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을 가끔씩

그래,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치의 미안함도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 놓지만

힘 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타전하는 것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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