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김기택
달팽이 지나 간 자리에 긴 분비물의 길이 나 있다
얇아서 아슬아슬한 갑각 아래 느리고 미끌미끌하고
부드러운 길
슬픔이 흘러나온 자국처럼 격렬한 욕정이 지나간
자국처럼
길은 곧 지워지고 희미한 흔적이 남는다
물렁물렁한 힘이 조금씩 제 몸을 녹이며 건조한
곳들을 적셔 길을 냈던 자리, 얼룩
한때 축축했던 기억으로 바싹 마른 자리를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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